시험 보는 꿈을 꿨다. 스트레스를 받으면 매번 나를 찾아오는 장면. 보통 고등학교 교실에서 시험 대열 책상에 앉아 갑작스런 영어 듣기 평가를 당하곤(?) 했는데, 어젯밤 꿈에선 대학교 강의실에 앉아 서술형 답안지를 채웠다. 문제도 딱 하나, 수단과 목적이 어쩌구 저쩌구 하는 철학과 역사가 합쳐진 내용이었다. 국사학을 전공했고, 역사 철학 수업을 좋아했으니 꿈 조차 현실적이다. 나는 이제 만으로 서른 둘인데, 꿈에서는 이제야 교복을 벗는구나 싶다.
나는 답안을 다 쓰고 제출한 줄 알았는데, 열심히 다음 강의실로 가는 중에 전화가 왔다. 왜 답을 쓰다 말았냐는 이야기였다. (맙소사!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, 중간에 하다 마는 나를 보는 일. 역시 시험 보는 꿈은 괴로워...) 전화로 교수님과 협상을 했다. 추가 답안을 제출하는 대신 점수를 좀 깎는 것으로. 옆에 있던 친구가 걱정을 했다. 점수를 너무 많이 깎는 거 아니냐고. '어쩔 수 없지.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맞지.'
윽. 다시 그 말을 떠올려 보는데 나조차 내가 싫어진다. 아니 대체 뭐하러 꿈에서 조차 최선을 다하냐고... 쓰다 만 시험지 받으러 왜 다시 가냐고.... 분명 내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건 적당히 사는 법이다. 적당히 사는 법만 배웠어도 내 인생 훨씬 재밌었을텐데... (역시 이럴 땐 남탓이 딱이지.)