내가 진짜 잘 하고 싶은데 진짜 못 하는 것 중 하나가, 그냥 하는 거다. 그냥. 아무 이유 없어, 그냥. 재밌어서, 해야 해서. 이런 걸 잘 못한다.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거창한 이유와 목적을 가져다 붙이느라 몸이 무거워진다. 그리고 그 과정에서 아주 많은 아이디어가 탈락된다. 재고 따지고 저 멀리 앞서 고민하는 시간에 지쳐서, 그냥 모든 일을 그만두고 한적한 시골에서 상추를 키우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. 몸과 마음을 가볍게, 훨훨 날 듯 살고 싶은데. 언제고 내 선택을 번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. 나를 정의하는 모든 것을 툭 벗어두고도 허허 웃는 사람. 잘 해야 한다는 강박이나 끝까지 해내야 한다는 책임감 없이 즐거운 것만 생각하면서. 가볍게, 가볍게 살고 싶다.